창원시청 옆에 세워진 최윤덕 장상 동상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동상이 정부표준영정 지정을 거치지 않고 제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졸속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창원시는 올해 최윤덕 장상 표준영정 제작을 위해 예산을 만들어놓고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문화관광과에 따르면 최윤덕 장상 표준영정 제작에 대한 예산 1억 5000만 원이 확보돼 있다. 지난해 말 이 예산을 편성하고 시의회 승인까지 받은 것이다. 당시 문순규(통합진보당, 양덕1·2동·합성2·구암1·2동·봉암동) 시의원이 문제를 제기했고 표준영정을 만들자는 건의를 했다. 공신력 확보를 위한 표준영정 지정 이후 전국 공모를 거쳐 우수 작품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창원시의 기본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훈령으로 '동상 영정 심의 규정'이 있다. 여기에는 선현 영정 난립을 방지하고자 '정부표준영정'을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 과정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의무가 아니어서 최윤덕 장상 영정과 같은 예가 생겼다. 현재 최윤덕 장상의 '정부표준영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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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청 옆 중앙로에 위치한 최윤덕 장군 동상. /경남도민일보 DB |
표준영정이 아니다 보니 창원시가 세운 최윤덕 동상에 대한 진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논란은 최윤덕 장상 동상의 재건립 여부로 옮아붙고 있다. 표준영정을 지정하면, 앞서 표준영정을 반영하지 못한 동상은 고쳐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창원 원주민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 22일 창립한 '창원 문화와 역사 바로 세우기 위한 시민모임'은 이미 동상 재건립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일 삼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면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시민모임의 팽현배 사무국장은 "표준영정 제작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점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동상 제작에 분명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서 "표준영정을 지정하면 동상에 대한 보수나 철거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진주성 의기사에는 기존 영정을 대신해 논개 표준영정이 봉안되기도 했다. 기존 영정은 복식과 머리 모양 등이 당대와 맞지 않고 이를 그린 이가 친일 화가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표준영정이 제작돼 다시 봉안된 것이다.
이처럼 최윤덕 동상 역시 표준영정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창원시는 지역에서 찬반이 팽팽하다는 이유로 예산 집행을 미루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표준영정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 부분 예산은 이월할 수 있다"며 "시민모임에서 표준영정을 지정하면 최윤덕 장상 동상을 재건립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상황이다. 동상 자체 고증을 위해 참여했던 분야별 자문위원들의 입장도 있다. 지금 영정이 표준영정은 아니지만, 통천 최씨 문중 족보에도 게재되고 문화체육관광부 포스터나 전쟁기념관 호국의 인물에도 사용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