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순흥소수서원 안문성공 위판 봉안문(이현일 갈암집)
자라가슴
2025. 7. 4. 13:02
順興紹修書院安文成公位版奉安文
圖象掲安巳歷年所春秋禋祀式瞻儀刑奉守弗虔
遭曜禍變玆焉震恒載度載謨爰集衆思藏眞作主
方趺圭首用作神棲涓吉安靈靑衿聿至齊聲共抃
尚克永寧
順興紹修書院安文成公位版奉安文
― 이 문서는 조선 시대 사액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에 **안문성공(安文成公)**의 위패를 봉안하면서 그 뜻을 밝힌 글입니다 ―
圖象掲安 巳歷年所 초상과 위패는 이미 오랫동안 높이 모셔져 있었고,
春秋禋祀 式瞻儀刑 奉守弗虔 봄가을 제향도 예의와 법도에 따라 행해졌지만, 정성을 다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遭曜禍變 玆焉震恒 그러던 중 화변을 당하고 질서가 흔들렸으며,
載度載謨 爰集衆思 藏眞作主 이에 여러 방책을 세워 뜻을 모아 진본을 간직하고, 다시 주인(위패의 주체)으로 삼게 되었다.
方趺圭首 用作神棲 방형의 좌대와 정제된 머리 형식으로 신령의 자리를 만들고,
涓吉安靈 靑衿聿至 齊聲共抃 길일을 택하여 정성껏 영령을 모시니, 선비들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로 찬양하며 기뻐하였다.
尚克永寧 우러러 받들어, 영원한 평안을 빈다.
📜 원문 및 현대역 병기
圖象掲安 巳歷年所 春秋禋祀 式瞻儀刑 奉守弗虔
초상화와 위판을 받들어 안치한 지 여러 해가 지났고,
해마다 봄가을 제사를 올리며,
예법에 맞춰 그 모습을 공경히 우러르고
봉제(奉祭)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遭曜禍變 玆焉震恒 載度載謨 爰集衆思 藏眞作主
그러나 어느덧 천재지변과 화변(禍變)을 만나
진실로 경악하고, 그 근본이 흔들렸으므로
다시 법도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하며
이에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
참된 분을 모시어 그 중심으로 삼고자 하였다.
方趺圭首 用作神棲 涓吉安靈
마침내 방형 위에 꿇어앉고(方趺), 머리를 조아려
신령의 거처로 삼으며,
정성스러운 길일에 위판을 봉안하니
그 영(靈) 또한 편안히 깃드시리라.
靑衿聿至 齊聲共抃 尚克永寧
푸른 갓을 쓴 선비들(靑衿)이 모두 도착하여
일제히 소리를 모아 기쁨의 박수를 치며
이 위업이 영원한 평안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하노라.
🧭 해설 요약
이 단은 소수서원에 **안문성공(安文成公)**의 위판과 초상을 모신 제례 공간이 처음엔 잘 유지되었으나, 후에 재해나 변고로 훼손된 상황이 발생했음을 언급합니다. 이에 유림과 지역 인사들이 협력하여 복원하고 다시 봉안한 과정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 “遭曜禍變”: 자연재해 또는 사회적 변란으로 해석됨. 서원의 위패나 위상이 위협받았음을 의미.
- “藏眞作主”: 참된 분을 다시 모셔 중심으로 삼았다는 뜻은, 안공의 위패를 다시 봉안하고 도학의 본령을 세움.
- “靑衿”: 유생, 후학들로 제례에 함께 참여한 도의(道義) 공동체를 상징.
- “尚克永寧”: 이 모든 조치가 영원한 평안과 지속적인 도학 계승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함.
📘 병기 주석본 : 「順興紹修書院安文成公位版奉安文」 후반부
원문현대역주석
圖象掲安 巳歷年所 | 초상화와 위판을 받들어 안치한 지 여러 해가 지났고, | 圖象은 초상화, 掲安은 받들어 안치함. 巳歷年所는 여러 해를 지나왔음을 의미. |
春秋禋祀 式瞻儀刑 奉守弗虔 | 해마다 봄가을 제사를 올리며, 예법에 따라 공경히 우러르고, 제사 모심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 春秋禋祀는 사시제, 禋祀는 엄숙한 제사. 式은 ‘따를 식’, 儀刑은 법도·모범. 弗虔은 ‘게을리하지 않음’ 또는 ‘공경하지 않음’이란 뜻이므로 여기선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 해석. |
遭曜禍變 玆焉震恒 | 그러나 화재나 재변을 만나 서원이 놀랍게도 크게 흔들리게 되었으니, | 曜은 빛이나 해를 뜻하지만 여기선 災曜(재해)로 해석됨. 禍變은 재변, 震恒은 크게 흔들림. |
載度載謨 爰集衆思 | 이에 법도를 다시 세우고, 계획을 세우며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 載는 거듭됨, 度는 법도, 謨는 꾀할 모(計). 爰은 이에, 衆思는 여러 사람의 의견. |
藏眞作主 | 참되신 분을 모시어 정신적 중심으로 삼고자 하였다. | 藏眞은 참된 분(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것, 作主는 중심 존재로 삼음. |
方趺圭首 用作神棲 | 마침내 바른 형상 위에 정좌하고 머리를 조아려, 신령이 머무를 곳으로 삼으며, | 方趺는 무릎을 꿇고 정좌하는 모습. 圭首는 귀한 제례에 머리를 조아림. 神棲는 신이 깃드는 자리. |
涓吉安靈 | 정한 날을 골라 제사를 올려, 영혼이 편히 머물게 하였다. | 涓吉은 정성스러운 좋은 날, 安靈은 영혼을 편히 모심. |
靑衿聿至 齊聲共抃 | 푸른 갓을 쓴 유생들이 이내 도착하여, 소리를 모아 함께 손뼉을 쳐 기뻐하니 | 靑衿은 유생을 뜻하는 고어, 聿至는 이내 도착함. 齊聲은 일제히, 共抃은 함께 기뻐하며 손뼉침. |
尚克永寧 | 이로써 길이 평안함을 이루기를 바라노라. | 尚克은 ‘바라건대 능히 ~하길’, 永寧은 영원한 평안. |
📝 간단 해설 요약
- **이 문장은 서원에 모셔진 안문성공의 위패와 도상(圖像)**이 화변으로 훼손되었다가, 후학들과 유림들의 협력으로 다시 복원되고 재봉안되었음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 유생들이 다 함께 기뻐하고, 다시 서원의 위의와 정신이 회복된 것을 경축하는 의식적 장면입니다.
- 마지막 문장은 그 정신과 위업이 길이도록 평안하고 지속되기를 기원하며 맺고 있습니다.